YC, SF, Product Marketing
MBA 원서를 준비하던 겨울, 미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Y Combinator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.
한국인이 창업한 YC 스타트업도 있을까?
문득 궁금해져서 검색해봤고, Syncly와 이동희 대표님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다.
머신러닝 제품으로 한 차례 창업과 엑싯을 경험한 뒤, AI를 활용해 고객 피드백을 분석하는 B2B SaaS 회사를 다시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.
궁금한 것이 많았다.
왜 다시 창업했는지, 왜 AI였는지, 왜 미국이었는지, 그리고 왜 고객 피드백이라는 문제를 선택했는지.
그저 흥미를 넘어서, 정말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
마침 맥킨지 동료를 통해 연결될 수 있었고, 대표님이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 커피챗을 했다.
그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특정한 기술이나 사업 아이디어보다, 한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였다. 고객의 목소리를 구조화하는 문제를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, AI가 그 문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다고 보는지 오래 이야기했다.
지금 돌이켜봐도, 그 커피챗은 MBA 진학 전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 중 하나였고, ‘이런 분과 함께 일한다면, 정말 많이 배울 수 있겠다’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.
Kellogg 입학한 후 가을학기 중 Relate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던 무렵, Kellogg의 SF Immersion 프로그램 공고가 올라왔다.
우연의 일치일까, 작년에 Syncly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턴을 하셨던 Kellogg 선배님 이야기를 듣게 됐고, 자연스럽게 이동희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.
몇 차례 대화와 인터뷰를 거쳐, 겨울 인턴십을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.
추운 시카고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간 첫날, 내게 주어진 미션은 ‘신규 AI 제품의 포지셔닝과 밸류프랍(Value Proposition), 그리고 메시지를 고민해달라’는 것이었다.
나는 익숙한 방식으로 시작했다.
시장을 보고, 경쟁사를 분석하고, 각 회사가 어떤 포지셔닝과 메시지를 쓰고 있는지 정리했다. 그 자료를 만들어 첫 미팅에 가져갔다.
그런데 대표님이 원했던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.
필요했던 건 잘 정리된 시장 분석보다 당장 고객에게 써볼 수 있는 문장이었다.
광고 문구, 아웃바운드 이메일의 헤드라인, 콜드콜에서 사용할 표현처럼 바로 시장에 던져볼 수 있는 메시지였다.
그때 내가 익숙했던 컨설팅의 방식과 초기 스타트업의 방식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체감했다.
컨설팅에서는 충분히 분석한 뒤 방향을 정하는 일이 중요했다.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방향도 중요하지만, 그것을 가능한 빨리 시장에 던지고 반응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았다.
알고 있던 개념이었지만 실제로 일해보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.
조금씩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.
새 제품의 포지셔닝을 정하고, ICP를 좁히고, 어떤 메시지가 반응을 만드는지 확인했다. 마케팅 캠페인, Cold Email, 파트너십 등 여러 채널을 직접 시도했다.
실행하고, 반응을 보고, 고치고, 다시 시도했다.
이 과정을 반복하며 실행을 통해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.
Syncly에서의 몇 달은 내가 익숙했던 일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.
나는 그동안 완벽한 답을 찾는 데 익숙했다.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으고, 논리를 세우고, 가장 좋은 답을 찾는 방식이었다.
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완벽한 답보다 지금 실행해볼 수 있는 답이 더 가치 있을 때가 많았다.
작은 가설을 세우고, 빨리 실험하고, 실제 고객 반응을 보고 다음 판단을 내리는 방식.
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점차 이 방식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.
빠르게 실험하고, 고객 반응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처음엔 불편하기도 했지만, 점차 그 속도와 불완전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됐다.
그리고 한 가지를 더 알게 됐다.
나는 문제를 발견하고, 그 문제에 맞는 해답을 만들고, 실제 반응을 통해 그것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
어떤 고객에게 집중할지 정하고, 그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했다. 실제로 그 메시지에 고객이 반응하고 세일즈 미팅으로 이어졌을 때, 분석이나 문서 자체가 아니라 결과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.
그 경험은 이후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됐다.